당진 고양이, 당진 향교 앞에서 만난 카리스마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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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고양이

 

어릴 때 시골 외가집에 가면, 사촌 누나, 형들과 어울리면 산과 들을 돌아다니고 개구리 잡기, 밤 따기, 사과 따먹기 등을 하며 놀았다.

시골 생활에 익숙한 사촌들은, 도시에서만 살았던 사촌 동생이 경험해보지 못할법한 것들을 많이 경험하게 해줬다.

낮에 잡은 개구리를 마당 장작불에 구워 먹었던 기억도 있다.

시커멓게 그을린 개구리 다리를 먹어보라며 건네던 사촌형, 물론 먹으려 시도를 했으나 제대로 먹어보진 못했다.

개구리를 구워 먹으면 닭고기 맛이 난다고 하던데, 직접 먹어보지 못했으니 확인할 방법은 없다.

 

사촌들과 노는 시간 외에는 별다른 놀거리가 없는 시골이었다.

보리가 대부분인 밥도 너무 낯설었고, 무서운 외삼촌 때문에 외할머니 곁에서 맴돌았었다.

밥투정 반찬투정 심한 외조카에게 기름을 바른 김을 구워주시던 외숙모, 그런 엄마(외숙모)를 바라보며 나에게 괜한 화풀이를 했던 사촌들.

지금 생각해보면 외삼촌이 나에게 그렇게 무섭게 대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근엄한 표정 때문이었을까? 무서운 외삼촌이란 인상으로 남았다.

 

이래저래 시간을 보내다가 그래도 할 것이 없으면 외가집 주위를 돌아다니며 놀거리를 찾았다.

그러다 마주친 시골 고양이 한 마리.

어떻게 생겼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검은색 고양이가 아니었나 싶다.

심심하던 차에 고양이를 보니 무서움 보다는 반가움이 컸다.

어떻게든 고양이의 관심을 끌어 같이 놀고 싶었다.

“냐옹~” 고양이 소리를 흉내내기 시작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고양이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제자리에 앉아 내가 내는 소리에 연신 대답을 해주었다.

고양이 소리 내기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알게 되었다.

 

도둑 고양이

 

요즘은 길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를 길 고양이 라고 하지만, 예전에는 도둑 고양이 라고 불렀다.

길 VS 도둑. 어감의 차이가 상당하다.

어릴때는 도둑 고양이는 왠지 도둑질을 하는 나쁜 고양이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쥐를 잡는 유익한 동물임에도 도둑 고양이 라고 불렸던건 무슨 이유일까?

고양이는 요물이다, 귀신을 본다, 관절에 좋다 등 다양한 말들이 있었다.

요즘 고양이들을 볼 때면, 정말 요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동네 골목길에서 고양이를 자주 볼 수 있었다.

높은 곳에 뛰어 오르거나 뛰어 내리는 모습을 보면 정말 신기했었다.

외가집에서 고양이 소리를 내는 것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후, 서울에 와서도 시도를 해봤다.

“냐옹~” 고양이들은 의심스런 눈길을 보내긴 했지만, 반응을 해주었다.

그렇게 도둑 고양이 들과 골목에서 놀았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당진 고양이

 

요즘은 고양이는 정말 인기 많은 애완동물, 애완동물을 넘어 반려동물, 반려동물을 넘어 정말 친구 같은 존재가 되었다.

강아지와 고양이는 특성이 정말 다르다.

예전에 내 선호는 강아지 >>>>>> 고양이 였다면, 요즘은 고양이 >> 강아지 정도가 되었다.

보면 볼 수록 빠져드는 것이 고양이 인 것 같다.

길을 걷다가 마주치는 길 고양이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된다.

“냐옹~” 유혹의 소리를 내게 된다.

 

당진 고양이
당진 고양이

 

당진 시립도서관을 다녀오던 길에 당진 향교 앞에서 만난 고양이다.

멀리서 검은색의 고양이 형체를 한 동물이 보였다.

도로 가운데 앉아 한가로운 모습이었다.

꽤 더운 날이었는데, 그늘에서 햇빛을 피하고 있는 듯 보였다.

멀리서 줌을 당겨 사진을 한 장 찍고 가까이 가보기로 했다.

 

당진 고양이 근접샷
당진 고양이 근접샷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는데도 움직이지 않는다.

매서운 눈매로 나를 쳐다본다.

순간 얘가 고양이가 맞나? 아닌가?

혹시 칡 아니야~

아래 사진은 인터넷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칡(삵) 사진이다. (유머는 유머일 뿐 오해하지 마시길!)

 

칡 사진
칡 사진 (사진출처 : 구글 이미지검색)

 

카리스마 고양이 모습에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이렇게 길 한 가운데 앉아 있는 것이 설마 칡(삵)은 아닐꺼야.

“냐옹~” 소리를 건네봤다.

 

 

한참 얘기를 주고 받은 후, 너 멋있다~ 라고 했다.

그랬더니 이 아이가 벌떡 일어나서 내 앞을 지나가다가 기지개를 멋지게 켜는 것이 아닌가.

아직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고, 고양이의 어떤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상태다.

그냥 내 마음에 좋은 방향으로 해석할 뿐이다.

다음에 도서관 갈 때 다시 만나길 기대해본다.